폭력의 문화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습득되며 학습되고, 조장됩니다. 그 중 가정폭력은 은밀하게 행해지며 피해자 역시 가족 간의 일이라 피해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릴 뿐만 아니라 제3자 역시 남의 가정문제에 휘말리는 것을 주저하게 되기 때문에 그 폭력이 반복적, 지속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2005년도 여성부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부부 8쌍 중 1상은 매 맞는 아내이지만 그 중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는 경우는 11.8%에 불과하며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22.2%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국가형벌권의 발동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혈연과 애정으로 뭉쳐진 가족 문제에 섣불리 법이 개입해 형벌권을 발동하는 경우 추후 가족 구성원 사이의 반목을 불러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심각한 수준의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방치하고 있는 동안 피해자들은 극단적인 고통에 내몰리게 되므로 가정폭력에 국가나 사회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유교적인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방임해온 경향이 있지만, 1997.경에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가정폭력의 예방, 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가정폭력상담소 및 피해자보호시설의 설치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한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일반폭력사건과 구별하여 형사처벌에 있어 특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에서 ‘폭력 사건’이라 하면 폭행, 상해, 협박 정도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이란 현재 가족이거나 과거에 가족이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형법상 폭행, 상해, 협박은 물론 유기, 학대, 체포, 감금,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의 경우에도 위 특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또한 계모자 관계, 사실혼관계의 부부, 사실상의 양친자관계에서도 위 특례법이 적용됩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신고는 피해자 본인은 물론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교육기관, 의료기간, 상담기관, 보호시설, 복지시설의 장이나 종사자는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이상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일반 형법상의 범죄와는 달리,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시부모, 장인 장모 등)도 이 법에 의해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신고는 112, 1366, 가까운 파출소나 경찰서 등 수사기관에 할 수 있고, 상대방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수사기관이나 가정폭력이 이루어진 곳을 관할하는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면 됩니다.


일반적인 폭력사건은 신고를 받고 출동하나 경찰관이 가해자를 연행하여 초동수사를 한 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재판을 통하여 형사처벌을 합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수사하는 동안 가정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 검사는 가정폭력사건의 성질, 동기 및 결과, 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하여 보호처분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정보호사건으로 취급하여 형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송치함으로써 폭력행위자를 형사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범죄전력이 아님)을 받게 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경찰관의 응급조치(피해자를 가정폭력상담소 또는 보호시설에 인도하는 조치, 피해자의 의료기관인도 등)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여겨질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경찰관의 신청에 의해 가정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시조치로는
① 피해자의 거주공간에서 가해자 격리(2개월 이내)
② 피해자에 대하여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2개월 이내)
③ 의료기관, 기타 요양소에 위탁(1개월 이내)
④ 경찰관서 유치(1개월 이내)가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는 불구속 상태에서 행위자가 조사받는 동안 가정에서 또다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히 마련된 규정입니다.


검사가 형사법원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판단하여 가정법원으로 보낸 경우, 판사는 행위자를 심리하여 다음의 보호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① 6개월 이내에 피해자 접근불가
② 행위자가 친권자인 경우 6개월 이내의 친권행사의 제한
③ 100시간 이내의 사회봉사, 수강 명령
④ 6개월 이내의 보호관찰
⑤ 6개월 이내의 보호시설에의 감호위탁, 치료기관에의 치료위탁, 상담소 등에의 상담위탁
이때, 접근금지 또는 친권 행사를 제한받은 행위자가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검사는 가정보호사건이 아니라 일반형사사건으로 분류하여 행위자를 형사법원으로 보낼 수 있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였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은 보호처분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검찰청으로 돌려보내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